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햄릿> 줄거리 도서

1. 저자 소개


2. 대충 훑어보기

덴마크의 왕자 햄릿은 독일에서 공부를 하던 중 아버지의 부음을 받고 급히 돌아온다.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에다 아버지 사망 후 두 달도 안되어, 그것도 숙부와 재혼한 어머니 때문에 햄릿은 혼란스럽고 우울하다. 바로 이때 그의 친구 호레이쇼는 죽은 부왕의 유령이 출몰한다는 소식을 전해주고 햄릿은 이 말을 듣자마자 아버지의 죽음에 뭔가 비밀이 숨어 있음을 직감한다.

 마침내 햄릿과 만난 유령은 자신이 동생인 클로디어스에게 살해되었음을 알리며 햄릿에게 복수를 부탁한다. 햄릿은 유령의 말대로 복수를 맹세하지만 그것이 잘못된 세상을 ‘바로잡는’ 중대한 일이기에, 그리고 어머니가 중간에 끼여 있기에, 그리 쉽지가 않다. 햄릿은 우선 세상의 이목을 피하기 위해 미쳐버린 척하기로 한다. 그러나 우발적으로 폴로니어스를 죽이게 되면서 사태는 급박하게 돌아가고 신변에 위협을 느낀 숙부에 의해 영국으로 보내어진다. 그가 없는 사이, 그가 사랑했던 오필리아는 일련의 사태에 충격을 받아 미쳐버리고 결국 물에 빠져 죽고, 오빠인 레어티스는 햄릿에게 복수를 다짐하는데….

3. 더 재미있게 읽기

셰익스피어의 《햄릿》은 복수극의 전통에 속한다. 복수극은 16세기 말, 17세기 초 영국에서 크게 유행했던 장르로서, 고대 로마의 비극작가인 세네카의 영향을 받았다. 이들 복수극들은 대부분 5막으로 이루어져 있고, 센세이셔널한 장면이나 대사들이 많이 있으며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 아들이, 혹은 아들의 죽음에 대해 아버지가 복수하고, 죽은 사람의 유령이 나타나 사실의 전모를 알려주며, 복수를 쉽게 하기 위해 광기를 가장하는 등, 공통된 장치와 문법을 가지고 있다.

 《햄릿》은 이 같은 복수극의 문법과 관습을 따르면서도 여타의 복수극들과는 구별되는 품격과 감동을 주는데, 이는 무엇보다도 주인공 햄릿의 존재 때문이다. 햄릿은 그의 유명한 독백들에서 알 수 있듯이 생각이 많고 사려깊은 사람이면서도 영국으로 향하는 배에서의 활약에서 알 수 있듯이 필요할 때는 신속하게 행동하는 추진력과 용기를 가지고 있다. 또한 극중 다른 인물들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는 판단력의 소유자면서 그를 죽이려 하는 클로디어스도 인정하듯이 정직하고 명예로운 인물이다. 그는 극중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받으며, 심지어 폴로니어스를 살해했는데도 왕이 함부로 처벌할 수 없을 만큼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사람이다. 무엇보다도 그는 ‘젊은 왕자’, 즉 무한한 가능성과 잠재력을 지니고 있으나 아직은 그것이 잠재력으로만 남아 있는 인물이다. 3막 1장에 나온 오필리아의 대사는 햄릿의 잠재력을 가장 잘 집약해준다.

오, 그 고귀한 마음이 이렇게 무너지시다니!

궁정인의 말이고, 군인의 칼이며, 학자의 눈과 같은 분이었는데,

이 나라의 희망이자 장미꽃 같은 분이셨는데.

유행이 거울로 삼고, 예법을 만들어내시던 분인데.

모든 사람들이 우러러보던 분이었는데, 이렇게 무너지시다니!

O, what a noble mind is here o'erthrown!

The courtier's, soldier's, scholar's, eye, tongue, sword,

Th'expectancy and rose of the fair state,

The glass of fashion and the mould of form,

Th'observ'd of all observers, quite, quite down!

 《햄릿》의 비극은 이렇게 아름다운 잠재력을 가진 젊은 왕자가 복수의 운명에 휘말려 자신의 잠재력을 피워보지도 못하고 너무 이른 죽음을 맞는 것에 있다. 그러나 그 복수가 단지 아버지의 살해자를 죽이는 사적 차원의 복수가 아니라 잘못된 세상을 바로 잡는 공적 차원의 복수이고, 그 복수를 하기까지 많은 갈등과 회의 끝에 일정한 깨달음과 성장을 이루어냈기에, 햄릿의 죽음은 무의미한 희생이 아니라 비극적인 깊이를 가진 죽음으로 승화된다.

 《햄릿》은 1599년에서 1601년 사이에 쓰여졌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때는 엘리자베스 여왕 말기로서 여왕의 노쇠에다가 불안한 국내외 정세, 여기에 후계자가 정해지지 않은 데서 오는 불안까지 겹쳐 사회적으로 불안감과 위기감이 팽배해 있었다.《햄릿》은 이와 같은 사회적 분위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 전반적으로 어둡고 암울한 세계를 그린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덴마크는 서로간의 정탐과 엿듣기가 삶의 방식인 곳이다. 폴로니어스는 아들에게 정탐꾼을 보내고, 클로디어스는 햄릿에게 정탐꾼을 붙이며, 거르투르드와 아들 햄릿의 내밀한 대화는 폴로니어스가 엿듣는다. 이곳에서는 햄릿의 어린시절 친구들인 로젠크란츠와 길덴스턴조차도 출세를 위하여 햄릿을 배신하고, 햄릿이 사랑했던 유일한 사람인 오필리아도 햄릿의 광기의 진위를 알아보기 위하여 미끼로 ‘풀어놓아’지며, 훌륭했던 부왕의 기억이 아직 생생한데도 시류와 권력을 좇는 사람들은 다투어 클로디어스의 초상화를 사면서 클로디어스의 지배를 기꺼이 받아들인다. 덴마크는 이제 ‘잡초만이 가득한 정원unweeded garden‘이 되어버린 것이다.

 햄릿이 실행해야 하는 복수는 바로 이런 잘못된 세상을 바로잡는 일이다. 1막 5장에서 햄릿은 유령을 만나 아버지가 살해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복수를 맹세한 후 다음과 같이 독백한다.

“세상이 온통 잘못되어 있어. 오, 저주받은 운명이여,

그 세상을 바로잡기 위해 태어난 것이 바로 나였다니.

The time is out of joint. O cursed spite,

That ever I was born to set it right.“

 처음부터 햄릿은 자신의 복수가 단지 아버지의 살해범을 죽이는 개인적인 차원의 복수가 아니라, 아버지가 죽고 숙부가 왕이 됨으로써 초래된 혼란과 부패를 척결하는 공적 차원의 복수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도 알고 있었다.

 복수라는 숙명을 받아들인 후 햄릿이 첫번째로 한 일은 오필리아를 멀리하는 것이었다. 2막 1장에서 오필리아를 찾아와 한 팔로 그녀의 팔을 붙잡고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한숨을 꺼지게 쉬면서 눈을 그녀에게 고정시킨채 뒷걸음질쳐 나갔다는 햄릿의 행동은, 일차적으로는 광기를 가장하여 클로디어스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을 속이려는 것이지만 그보다 중요하게는 그가 유일하게 사랑했던 여성인 오필리아에게 작별을 고하는 의식으로 이해된다. 거짓과 정탐이 횡행하는 덴마크의 세계에서 오필리아는 유일하게 건강하고 긍정적인 인물이다. 그런 그녀를 햄릿이 제일 먼저 끊어낸다는 것은, 복수를 위해 자신의 삶에서 그녀가 상징했던 삶의 아름다움과 고귀함을 포기한 것이고, 이는 오필리아뿐 아니라 자신의 내부에 있는 아름다움까지 도려내는 것이기도 하다.

 이후 3막 1장에서 오필리아에게 심하게 대하며 “수녀원에나 가라”고 되풀이해 윽박지르는 것은 거르투르드로 인해 여성 일반에게 갖게 된 여성혐오가 오필리아에게까지 투사되어 그녀가 필연적으로 겪게 될 성적 타락을 미리 방지하라는 의미로, 햄릿이 오필리아에게 주는 마지막 충고일 것이다. 그러나 자기통제를 잘하는 인물인 햄릿이 이토록 심하게 감정에 휩쓸려 필요 이상으로 심하게 구는 것은, 역으로 오필리아가 그에게 얼마나 소중한 사람이며 그가 그녀를 포기함으로써 스스로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입혔는지를 반증한다.

 사실 오필리아뿐 아니라 거르투르드 역시 햄릿에게는 매우 중요한 인물이다. 아버지가 죽은 지 두 달도 안되어 거르투르드가 클로디어스와 재혼한 것은, 아버지가 지배하던 세계가 클로디어스가 지배하는 세계로 타락한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행위다. 햄릿이 보기에는 그것은 이 ‘잘못된 세상’의 축소판으로 이 세상의 모든 죄를 집약한 것이었지만, 아버지의 유령도 “어머니는 그냥 두라”고 했고 햄릿 역시 어머니를 해칠 수는 없었기에 어떤 식으로든 어머니와의 문제를 먼저 해결하고 나서야 제대로 복수에 착수할 수 있었다. 3막 4장에서 어머니와의 담판을 통해 숙부의 침대를 피하라고 하고 나서야 햄릿은 눈에 띄게 안정된 모습으로 자신의 복수에 전념할 수 있게 된다.

 이후 5막에서 영국에서 돌아온 햄릿은 이전과는 다른 자신감과 담담함을 보인다. 그는 더 이상 자신을 비하하거나 조급해하지 않고 훨씬 달관한 자세로 때를 기다린다. 그래서 마침내 오필리아의 무덤에서 슬퍼할 사람은 “바로 나, 덴마크의 왕, 햄릿 This is I, Hamlet the Dane."이라고 당당하게 외칠 때의 햄릿은 스스로를 왕이라고 칭하는 데에서 알 수 있듯이, 덴마크의 진정한 왕으로 이 병든 세상을 바로잡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다. 결국 마지막 장에서 햄릿은 클로디어스를 죽이면서 스스로도 죽지만, 자신을 희생해 새로운 질서를 탄생시킨다. 또한 그 과정에서 자신의 정체성과 복수의 의미에 대해 힘든 깨달음을 얻었기에, 햄릿의 죽음은 무의미하지만은 않다. 그러나 미처 피어나지도 못한 그의 무한한 잠재력을 생각할 때, 그리고 그의 사후 나라를 물려받을 포틴브라스가 명예롭기는 하지만 햄릿과 비견할 때 훨씬 못한 인물이라는 것을 생각할 때, 햄릿의 죽음은 여전히 안타까운 비극으로 남는다.





덧글

  • ㅇㅇ 2016/01/28 12:27 # 삭제 답글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감사 2017/01/29 06:51 # 삭제 답글

    윗분과 정확히 1년후네요. 저도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덕분에 이해하는 방식이 더 쉬워졌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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