샬럿 브론테의 <제인 에어> 줄거리 도서



1. 저자 소개

독립된 개체로서의 여성을 꿈꾸던 페미니스트

여성이 작가가 된다?

 20대 초반 무명의 샬럿 브론테는 계관시인 로버트 사우디에게 자신이 쓴 시를 보내며 강평을 청했다. 작품을 읽은 후 사우디는 작품 자체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호평하면서, 몇 가지 우려 섞인 충고를 덧붙였다.

 “당신이 습관적으로 빠져드는 백일몽들은 불안정한 정신상태를 자아내기가 쉽습니다...... 문학은 여자의 일이 아니며 여자의 일이 되어서도 안됩니다. 여자가 본연의 임무에 열심히 임할수록 문학을 할 여가시간은 줄어들 것이오.”

이같은 충고에 대해 샬럿 브론테는 이렇게 답한다.

 “제 이름이 인쇄되는 것을 보리라는 야심은 결코 갖지 않겠습니다...... 저녁녘이면 상념에 잠기는 것이 사실입니다만, 그러나 제 생각으로 다른 사람을 힘들게 하는 일은 결코 하지 않습니다. 아버지의 권고에 따라 저는 여성이 완수해야 하는 모든 임무를 주의깊게 수행할 뿐 아니라 거기에 깊은 관심을 가지려 애써 왔습니다. 하지만 항시 성공하는 것은 아니죠. 가르치거나 바느질할 때면 이따금씩 차라리 책을 읽거나 글을 썼으면 싶어지니까요.”

여성으로서 글쓰기에 대해 당시 통념이 얼마나 부정적이었는지 잘 나타내주는 일화다.

 샬럿 브론테와 두 여동생 에밀리와 앤 브론테는 같은 해 각기 『제인 에어』, 『폭풍의 언덕 Wuthering Heights』, 『애그니스 그레이 Agnes Gray』를 출간하면서 당시 영국 문단에 일대 화제를 몰고 왔을 뿐 아니라, 앞의 두 작품은 지금까지도 19세기 영문학의 중요한 성과로 손꼽히고 있다. 그러나 세 자매 모두 처음에는 필명으로 남자 이름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유명 작가가 된 후에도 샬럿의 개인적 삶은 고독했다. 어머니를 일찍 여읜 샬럿은 정신적 교감을 나눌 형제자매를 차례대로 모두 잃었다. 홀아버지와 함께 독신으로 살던 샬럿은 서른일곱이 되어 결혼을 하지만 몇 달 못가서 돌연 세상을 뜨고 만다. 조용하고 얌전한 독신 여성이었던 샬럿 브론테는 그러나 『제인 에어』를 비롯한 여러 작품을 통해 자신과 같은 여성들 속에 깃들인 열정과 분노, 사색과 고민을 150년이 지난 지금에까지도 실감나게 전해주고 있다.

작가를 꿈꾸던 시골 목사의 딸

 샬럿 브론테는 아일랜드계 목사 패트릭 브론테와 마리아 브론테의 5녀 1남 중 셋째딸로 태어났다. 위로는 마리아와 엘리자베스, 그리고 아래로는 에밀리와 앤, 그리고 남동생 패트릭 브랜웰이 있었다. 어머니는 막내인 앤이 태어나고 1년 남짓 지나 사망한다. 아버지는 목사일에 바쁘고 이모가 대신 아이들을 보살폈지만 둘 다 엄격한 성격이어서 자상하게 돌봐주지는 못했다. 그런 가운데 아이들은 자기 일은 스스로 챙기는 습관을 갖게 되었고, 성인이 되어서도 자립심은 여전했다. 아버지는 엄격하기는 했지만 자녀들한테 독서를 권하고 무엇을 읽든 간섭하지 않았으며, 이런 환경에서 브론테 자매는 문학적 소양을 키워나갈 수 있었다.

 샬럿은 8살 때 언니들과 함께 목사의 딸들을 위한 자선학교에 입학하지만, 두 언니가 전염병에 걸려 죽게 되어 열 달 만에 학교를 그만두었다. 그렇지만 이 학교의 인상은 강렬하게 남아 『제인 에어』의 로우드 학원에 반영된다. 그후 집에서 지내면서 광범위한 독서를 하고 희곡을 함께 쓰는 등 문학적 세계에 깊숙이 발을 들여놓은 샬럿은 10대 중반에 이미 20여 권의 작품을 썼다고 술회한 바 있다.

 얼마 동안 정규교육을 받고 보조교사로도 일했던 샬럿이 사우디에게 시를 보낸 시기도 20대로 막 접어든 이 무렵의 일이다. 3년 만에 교사일을 그만둔 샬럿은 두 차례 청혼을 받지만 거절한다. 샬럿은 두 여동생과 함께 학교를 차려 독립하기로 작정하고, 에밀리와 함께 브뤼셀로 가 기숙학교에서 학생이자 교사로 2년 동안 체류하는데, 이때의 체험이 『교수 The Professor』와 『빌레트 Vilette』에 담겨 있다.

 그러나 브뤼셀의 경험은 실패로 돌아가고 결국 학교를 여는 계획은 포기한 세 자매는 창작에 몰두하며, 1846년 공동시집을 출간한다. 셋 모두 남자이름을 필명으로 삼는데, 샬럿의 필명은 ‘커러 벨 Currer Bell’이었다. 그리고 각자 쓴 소설들을 출판사 여러 곳에 보내 『폭풍의 언덕』과 『애그니스 그레이』는 출간되지만, 샬럿이 쓴 『교수』는 계속 거부를 당한다. 결국 이 작품은 샬럿 생전에 출간되지 못한다. 그러나 샬럿은 더욱 기운을 내 『제인 에어』를 완성했다.

 1847년 출간된 이 작품은 선풍적인 관심을 끌며 그 해의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그후 세 자매는 자신들의 신원을 밝히고, 이어 샬럿은 『셜리 Shirley』 집필에 들어간다. 그러나 1년 새 브랜웰, 에밀리, 앤이 모두 사망하는 아픔을 겪는다. 『셜리』를 완성하고 작가로서의 명성을 얻은 샬럿은 새커리, 엘리자베스 개스컬 등 당대의 문인들과 교분을 맺기도 한다.

 샬럿은 아버지 교회의 목사보인 아서 니콜스의 구애를 받아들여, 아버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혼식을 올리고 4살 때부터 살아온 하워스에 살림을 차린다. 샬럿은 목사 아내의 직분에 충실하면서 새 작품도 시도하지만, 몇 달 안되어 앓아누워 결국 일어나지 못했다. 사인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나 임신중독증이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전한다.

 목사의 딸로 태어나 외진 곳에서 몇 달을 제외하고는 평생을 독신으로 살다가 생을 마친 샬럿 브론테. 그녀는 자신처럼 가난한 중산층 여성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작품들을 통해 영국사회의 모습과 여성이 처한 위치를 정확하게 그려냈다. 여성들의 삶에 가해지는 속박에 뜨겁게 항변하기도 했던 그녀의 작품은 선구적인 페미니스트 작품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오늘날까지도 많은 독자들에게 호소력을 지니고 있다.

2. 대충 훑어보기

외숙모 집에 얹혀 사는 고아 소녀 제인 에어. 예쁘지도 않고 유별나게 침울한 제인은 외숙모는 물론이고 하녀들한테서도 따돌림을 당하고 사촌 오빠의 끝없는 폭력에 시달린다. 기숙학교에 들어감으로써 괴로운 더부살이에서는 벗어나지만, 가난한 고아소녀들을 수용하는 이곳에서 제인은 춥고 배고플 뿐 아니라, 엄격하고 위선적인 교칙들에 숨이 막힌다. 다만 친구 헬렌과 원장인 템플 선생은 어두움을 비춰주는 빛과도 같은 존재다. 제인은 이들과의 대화를 통해 인내하는 마음을 배우며 정신적으로 성숙한다.

 공부를 마친 후 이 학교의 선생이 된 제인은 가정교사가 되어 손필드로 오면서 드디어 세상 속으로 나온다. 격의없이 대해주는 친절한 페어팩스 부인, 제인을 따르는 아델과 평화를 맛본 그녀는 괴팍하지만 강렬한 흡인력을 지닌 독신남이자 집주인인 로체스터와 서로 사랑하게 된다. 그러나 가끔씩 들려오는 소름끼치는 웃음소리는…

3. 더 재미있게 읽기

『제인 에어』는 예쁘지도 않고 부모마저 일찍 여읜 중산계급 출신의 소녀가 향사 신분의 부자 남성과 결혼하기까지의 이야기를 자전적인 형식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이렇게 말하면 금방 신데렐라 이야기를 떠올릴지 모르지만, 실제로 작품을 읽어보면 통상적인 신데렐라 이야기와는 많이 다르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우선 주인공은 예쁘지도 않을 뿐더러 마냥 착하기만 하지도 않다. 우리가 처음 만나는 제인은 사촌오빠의 부당한 폭력에 맞서 싸우는 10살짜리 여자아이의 모습이다. 제인은 외숙모인 리드 부인의 부당한 대우에 대들 줄도 안다. 그렇다고 반항적이고 거친 성격이라는 것은 아니다. 평소에는 얌전하고 순종적이지만 참아서 안될 상황에서는 분노를 터뜨릴 줄도 아는 인물이다.

 로체스터 역시 백마 탄 왕자와는 다르다. 우선 제인보다 20살 가량이나 많을 뿐 아니라, 외모나 성격도 보통 사람이 보기에는 괴팍한 편이다. 그러나 강한 개성과 품격을 지녔으므로 내면적인 가치를 중시하는 제인은 이런 점에 강렬한 매력을 느낀다.

여성의 경제적 정신적 독립을 주장하는 메시지

 사고뭉치의 가정교사 제인과 나이나 신분, 재산에서 모두 유리한 위치에 있는 집주인 로체스터. 이 둘의 만남을 따라가면서 작가 샬럿 브론테는 계급과 신분과 성별이라는 당시 영국의 중요한 사회적 갈등들을 작품 깊숙이 끌어들인다. 결국 이런 차이들을 두 사람이 어떻게 극복하고 진실되고 동등한 결합을 이루어나가는가 하는 것이 이 작품의 핵심의식이다. 제인이 로체스터와 결혼하기로 했을 때만도 두 사람 사이의 힘의 불균형은 다 해소되지 않았다. 제인이 결혼에 대해 느끼는 불안감에는 이런 점도 이유로 작용한다. 그런 제인이었으니 로체스터에게 법적 아내가 있음이 밝혀진 이후에는 떠날 수밖에 없었다. 당사자들이야 어떻든 그 상황에서 제인이 로체스터 곁에 남는다면 제인은 로체스터의 정부가 될 수밖에 없으며, 그래서는 두 사람이 대등한 만남을 이루기는 불가능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결국 결혼하게 되는 시점에서는 제인의 사정은 더 나아지고 로체스터는 나빠지는데, 여기서도 둘 사이의 대등한 만남을 모색하는 작가의 의도를 엿볼 수 있다. 제인은 그 사이 친척도 생기고 재산도 상속받았지만, 로체스터는 불구의 몸이 된 것이다.

 이 작품에서 샬럿 브론테는 여성, 특히 가난한 중산층 여성이 처한 어려움과 문제들을 실감나게 그려내며 여성에게 가해지는 부당한 속박에 대해 설득력 있는 항변을 담아낸다. 이 작품이 출간 당시 ‘불온하고 위험한’ 작품이라는 비난을 받은 것은, 당시로서는 과감하게 남녀간의 애정과 성적 욕망을 표현한 때문이기도 하지만, 결혼하여 집안의 천사로 사는 것이 여성의 유일한 본분으로 여겨지던 시절에 여성도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독립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메시지는 당혹스러웠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크게 다섯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고아로 외숙모집에서 더부살이를 하던 시절, 금욕주의를 강요하는 억압적인 규율투성이인 로우드학원 시기, 그리고 가정교사가 되어 로체스터를 만나고 헤어지기까지를 그린 손필드장의 생활, 다시 또 한사람의 개성적인 인물 존 리버스를 만나게 되는 황야에서의 생활, 그리고 마지막으로 로체스터와의 결합이다. 이같은 삶의 고비들은 각기 제인이 정신적, 육체적으로 성장하는 계기가 된다. 동시에 그때마다 당대 영국 사회의 중요한 면모와 문제들을 짚어낸다.

 그 중 로우드학원과 존 리버스의 경우를 보면, 로우드학원의 터무니없이 금욕적인 규율은 허울좋은 ‘자선학교’의 실상과 위선뿐 아니라 소녀들을 정숙한 여성으로 길들이는 폭력적인 과정이다. 세인트 존 리버스라는 인물도 마찬가지다. 인도에 선교사로 가겠다는 존의 종교적 헌신은 개인적인 지배욕에서 나온 것으로 그려진다. 선교사업은 제국이 식민지를 개척하는 선구자 역할도 했음을 감안할 때, 샬럿 브론테의 이같은 묘사는 상당히 날카롭다. 제인으로서도 존을 만나고 거부하는 과정은 중요한 성숙의 계기가 된다. 근본적으로 뭔가 초월적인 세계에 헌신하려는 욕구를 지닌 제인의 성향은 로우드학원에서 만난 헬렌의 감화로 더 강해진다. 존 리버스의 이면을 간파하는 눈이 생기면서 제인은 이런 욕구가 일상적 삶을 기뻐하고 개개인을 존중하는 실천과 결합되지 않을 때 얼마나 억압적이 될 수 있는지 절감한다.

 끝으로 한마디. 이 작품은 작중인물 제인 에어의 자서전이지, 샬럿 브론테의 자서전은 아니다. 이 작품을 읽다보면 뜻밖에도 이런 오해가 많은 것을 알게 된다. 아마도 ‘샬럿 브론테의 자전적 작품’이라는 설명이 그런 오해를 자아낸 모양이다. 그러나 이 말은 샬럿 브론테의 경험 중 일부가 이 작품에 반영되었다는 뜻일 뿐, 브론테의 또 다른 작품 『빌레트』와 비교해도 자전적 성격은 훨씬 떨어진다. 『제인 에어』는 통상적으로 작가들이 자기의 경험을 소설에 반영하는 그 이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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