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와 더불어 영국이 낳은 가장 위대한 소설가로 평가되는 디킨스는 소박한 평민이나, 일반 교양인들, 빈민이나 여왕을 비롯하여 누구에게나 호소력을 가져 생전에 폭넓은 인기를 누린 작가였다. 디킨스의 명성이 높아진 것은 몸소 체험으로 알게 된 사회 밑바닥의 생활상과 그들의 애환을 성실한 산문으로 생생하게 묘사함과 동시에, 세상의 부정과 모순을 용감하게 지적하면서도 유머를 섞어 비판한 점에 있었다.
디킨스는 1812년, 영국 남부의 항구도시 포오츠머드 교외에서 출생했다. 어린 시절 해군 경리부의 서기였던 아버지가 빚 때문에 투옥되자, 12세 때는 생계를 위해 구두약 공장의 직공으로 일하게 되었다. 당시 영국은 산업혁명의 진전으로 자본주의 발흥기에 접어들고 있었는데, 산업화의 이면에는 혹독한 빈곤과 비인도적인 노동 등 어두운 면이 많았다. 디킨스는 어린 시절부터 이러한 사회의 모순과 부정을 뼈저리게 체험했고 이러한 체험은 훗날 소설가로 성장하는 데 중요한 밑거름이 되어 그의 작품에 큰 영향을 미쳤다. 부친이 출옥하자 그는 학교에 입학하여 초등교육을 받게 되었으며, 초등학교를 마친 후 곧바로 변호사의 서기로 취직했다. 신문사의 의회 통신원을 거쳐 기자가 된 뒤엔, 여러 정기간행물에 풍속 견문 스케치를 기고하기 시작했다. 이들 기고문들을 모은 단편 소품집 『보즈의 스케치』를 출판하면서 24세인 1836년, 문학가로서 첫발을 내딛었다. 디킨스는 소년 시절 고전을 탐독하면서 문학에 눈을 떴고, 기자 생활로 인한 많은 여행은 풍부한 관찰력과 식견을 더해주었다고 한다. 이후 작품을 계속 발표하면서 잡지사 경영, 자선사업 참여, 소인연극(小人演劇) 상연, 지방 여행 등 다방면의 활동을 했다. 작품으로는 『올리버 트위스트』, 『데이비드 코퍼필드』, 『크리스마스 캐럴』, 『위대한 유산』외 다수가 있다. 1870년, 58세에 뇌일혈로 세상을 떠났다.
이 작품은 프랑스 혁명을 배경으로 런던과 파리를 무대로 한 역사 소설이다. 디킨스가 작가로서 원숙한 경지에 다다른 무렵, 토마스 칼라일의 『프랑스 혁명』을 숙독하고 거기에서 소재를 얻어 쓴 것이다. 런던에서 파리를 향해 달리는 역마차에서부터 시작하여, 다시 파리에서 런던으로 되돌아가는 역마차에서 이야기는 끝난다. 디킨스는 이 소설에서 긴박하게 흘러가는 역사의 뒤편에 사라진 인물들을 등장시켜 숨결을 불어넣으며 부와 빈곤, 탐욕과 굶주림, 빛과 그늘이 동시에 존재하던 시대의 모순을 보여주면서, 정교한 구성적 기교를 갖추어 사건을 전개시킨다. 조건 없는 사랑과 가족애, 대를 잇는 원한과 복수의 인물들을 대비시키고, 빈민들에 대한 동정심, 개혁주의적 사상과 폭력 및 유혈 참극에 대한 비평을 가한다. 특히 디킨스는 평소에 혼란한 사회를 구원하는 해결책으로 정서를 중요시 하는 인간관계, 평화롭고 행복한 가정을 들었는데, 이 소설에서도 하나의 가족이 유지되도록 돕는 주변 인물들의 헌신 속에서 그러한 디킨스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감정의 굴곡을 느끼며 18세기, 영국 런던과 프랑스 파리의 어느 거리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런던의 텔슨 은행 은행원인 ‘자비스 로리’는 극비 임무를 띠고 도버로 향하는 역마차를 탄다. 도버에서 ‘루시 마네트’ 양을 만나 프랑스로 가서 18년간 바스티유 감옥에 갇혀 있던 옛 고객, ‘알렉상드르 마네트 의사’를 데려오려는 것이다. 런던에서 고아로 자란 루시는 죽은 줄로만 알았던 아버지, 마네트 의사를 놀랍게도 처음으로 만나고, 이들 일행은 무사히 런던으로 되돌아온다. 5년 후, 마네트 일가는 이 일로 법정에 선다. 5년 전, 로리가 마네트 일가를 런던으로 데리고 올 때 만났던, ‘찰스 다니’라는 사람에 대해 법정이 증언을 요청했기 때문이었다. 찰스 다니는 악명 높은 프랑스 귀족 가문인 자신의 본명을 버리고 영국으로 망명한 청년 신사였는데, 프랑스 첩자로 오인받아 재판을 받게 된 것이다. 이 재판에서 다니는 ‘시드니 카턴’ 변호사의 도움으로 사형 선고를 면하고 무죄 판결을 받는다.
이후 루시 마네트와 찰스 다니에게 사랑이 싹트고 두 사람은 결혼한다. 프랑스에서 혁명의 소용돌이가 거세어질 무렵, 다니 앞으로 한통의 편지가 온다. 위험에 처한 옛 하인이 보낸 것이다. 의무를 다하기 위해 다니는 프랑스로 떠났으나 자신의 신분 때문에 체포된다. 마네트 일가도 다니를 찾아 프랑스로 떠난다. 마네트는 바스티유의 국사범이었다는 자신의 전력을 가지고 투옥된 사위의 석방을 위해 백방으로 노력한 끝에 다니를 석방시킨다. 하지만 다시 고발되어 재판받는다. 고발자들이 전제정치의 상징이었던 베르사유 감옥을 습격한 후, 18년간 그 감옥의 수인이었던 마네트 의사의 수기(手記)를 발견해 법정에 제출했기 때문이었다. 법정에서 수기가 읽혀지면서, 마네트 의사와 프랑스 귀족 가문인 찰스 다니의 치명적 비밀이 밝혀져 다니는 결국 유죄 판결을 받는다. 그러나 24시간 내에 처형될 운명에 처한 다니 앞에, 뜻밖에도 시드니 카턴 변호사가 나타난다. 성녀 기요틴(단두대)에게 포도주를 실어나르는 죽음의 마차가 형장에 들어서고, 찰스 다니와 시드니 카턴의 운명은 뒤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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