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홉스의 <리바이어던> 다이제스트 도서

1. 저자 소개
“최고의 무신론자이며 맘스베리의 악마”라는 비난과 “새로운 철학의 빛나는 땅을 개척한 위대한 콜럼버스”라는 찬사를 동시에 받았던 영국 최고의 정치사상가이다. 그는 시민 사회의 성립과 정부 구성의 원리를 사회계약론 위에 세운 최초의 근대 정치철학자이다. 또 그는 권력집단으로 변질된 교회와 세속 정치에 물든 성직자들에게 비판의 쓴 소리를 거침없이 날린 예언자 같은 철학자였다. 홉스는 마키아벨리보다 더 분석적이며, 보댕보다 더 간결하며, 데카르트보다 더 역사적이며, 스피노자보다 통찰력이, 로크보다 일관성이 더 있으며, 이들 모두보다 더 근대적인 철학자였다.

2. 짧은 내용

‘리바이어던’이라는 이름은 원래 구약성서에 나오는 강력한 바다 괴물에서 유래했다. 이 책에서 리바이어던은 국가를 비유한다. 홉스의 인간은 기계나 다름없다. 이 기계는 자기 보존의 충동을 통해 움직이거나 생명을 유지하게 된다. 홉스가 볼 때 인간은 더 높은 곳, 선 아니면 신을 향해 노력하는 존재가 아니라, 천성적으로 자유의지가 없는 충동적인 존재로서 자기 보존 외에 다른 것에는 관심이 없기 때문에 항상 자신의 이익만 생각하고 언제라도 부족한 재화를 얻기 위해 싸우고자 하는 존재이다.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나쁜 경우인 자연상태에서 인간의 삶이란 ‘만인의 만인에 대한 전쟁’ 상태이다. 그러면 삶은 고독하고, 불쌍하며 거칠고, 동물적이며 짧은 투쟁인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이성적으로 공동체를 형성하거나 국가를 세우게 되면 이러한 비참함에서 빠져나오게 된다. 확실하고 평화로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 인간은 사회계약을 체결한다. 그 계약에서 자신들의 모든 권리와 권력의 요구를 유일한 심급(審級)인 불멸의 신 리바이어던에 위임한다. 그런데 그 조건은 ‘모든’ 신하들이 예외 없이 리바이어던의 권위에 복종하는 데 동의하는 것이다. 국가가 설립되면 모든 신하들은 자신의 의지를 지배자에게 부여한다. 이러한 면에서 이 책에는 절대 권력을 정당화하는 논리가 배어난다. 하지만 동시에 그 안에 풍부한 민주적 함의를 ‘가능태’로서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으며, 21세기의 우리에게 상호이해를 통해 서로의 차이점을 인정하고 관용을 실천함으로써 ‘평화’를 구축하라는 하나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고전이라고 하겠다.

3. 더 잘 이해하기 위하여...


홉스의 사회계약론

 자연상태에서의 인간은 본성상 사회성을 결여한 고립적인 존재로 묘사된다. 그리고 자연상태는 철저하게 평등한 상태이다. 자기 보전을 추구할 권리가 자연권으로 모든 이기적 개인에게 평등하게 주어진 자연상태의 자명한 귀결은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의 상태이다. 이익과 안전, 명예를 추구하는 인간은 물질적 풍요가 보장되는 상황에서도 투쟁을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이러한 자연상태에서 인간은 항상 죽음의 공포에 시달리게 되며, 외롭고 비참하며 단명에 그치는 삶을 영위하게 된다. 자연상태에서의 불안과 부담에서 벗어나려는 열정에 복종하는 인간의 이성은 합리적 계산에 근거한 실용적인 지침을 자연법으로 제시하게 된다. 이성은 모든 개인이 자연권을 포기할 것을 요청한다. 만일 모든 개인이 제3의 주권자에게 자연권을 자발적으로 양도할 것을 합의하고, 그 주권자로 하여금 강제적 권력을 사용하여 사회계약의 파기를 막고 질서를 유지하도록 한다면 자연상태에서 불가능했던 평화가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사회계약에 의해 인위적으로 구성되는 주권자는 효율성의 극대화를 위해 절대군주의 형태를 띠며, 그 권력의 정당성은 정치사회 구성원의 자발적 의지 행위로부터 도출된다. 즉, 정치적 복종은 자율적 개인의 자발적 동의에서 발생하는 도덕적 힘에 의존하게 된다.

 홉스에게 있어 중요한 정치적 과제는 어떠한 자질과 능력을 갖춘 사람이 권력을 행사하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단지 강제력을 행사하는 권력의 소재인 주권자를 창출하는 문제이다. 인간의 본성과 자연상태에 대한 비관주의적 견해에 입각할 때, 정치의 목적은 최고선(summum bomum)의 실현이 아닌 최대악(summum malum)으로부터의 탈피로 규정된다. 그리고 강력한 주권자의 창출이라는 최종적인 해결책이 달성된 이후 시민들은 정치로부터 해방되어 사적인 관심, 즉 개인의 세속적 행복을 극대화하기 위한 경제활동에 전념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홉스는 “소유적 시장 사회(a possessive market society)”의 옹호자로 이해될 수 있다. 자연상태에서의 공포와 위협을 해소하기 위한 정치적 노력이 달성된 이후, 정치는 결국 질서 유지를 위한 주권자의 권력 행사로 국한된다. 홉스의 사회계약론에 내포된 이와 같은 탈정치적 성향은 근대에 이르러 시장과 경제의 비중이 증대되는 상황과 친화력을 갖는다.

“리바이어던”이란 무엇인가

 홉스는 그의 주요 저작인 이 작품에 왜 하필이면 ‘리바이어던’이라는 이름을 붙였을까? 책의 부제가 ‘종교적․시민적 국가공동체의 재료․형태 및 권력(The Matter, Form & Power of a Common-wealth Ecclesiastical and Civil)’이라고 되어 있는 것을 보나, 책의 내용으로 보아서 ‘국가론’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이 가장 합당했을 것이다. ‘리바이어던’이란 『구약성서』에 나오는 수중 괴물의 이름이다. 마르틴 루터가 번역한 성서에서는 ‘리바이어던’에 주석을 붙여서 악어(Krokodil)라고 했다. 그러면 왜 이같은 가공의 괴물 이름을 그의 ‘국가론’에 붙여 놓았을까?

 『구약성서』 <욥기> 제40~41장을 보면 야훼께서 욥에게 신의 절대적 위력을 과시하던 끝에, 자신이 창조한 ‘리바이어던’의 성능과 위력을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너는 낚시로 리바이어던을 낚을 수 있느냐? 그 혀를 끈으로 맬 수 있느냐? 코에 줄을 꿰고 턱을 갈고리로 꿸 수 있느냐? 그가 너에게 빌고 빌며 애처로운 소리로 애원할 성 싶으냐? 너와 계약을 맺고 종신토록 너의 종이 될 듯 싶으냐? ……그 앞에서는 아무도 이길 가망이 없어 보기만 해도 뒤로 넘어진다. 건드리기만 하여도 사나워져서 아무도 맞설 수가 없다. 누가 그와 맞서서 무사하겠느냐? 하늘 아래 그럴 자가 없다. …… 재채기 소리에 불이 번쩍하고 그 눈초리는 새벽 여신의 눈망울 같구나. 아가리에서 내뿜는 횃불, 튕겨 나오는 불꽃을 보아라. 연기를 펑펑 쏟는 저 콧구멍은 차라리 활활 타오르는 아궁이구나. 목구멍에서 이글이글 타는 숯불, 입에서 내뿜는 저 불길을 보아라. 목덜미엔 힘이 도사려 있어 그 앞에서 절망의 그림자가 흐느적일 뿐, 뗄 수 없이 마구 얽혀 피둥피둥한 저 살덩어리를 보아다. 바위같이 단단한 심장, 맷돌 아래짝처럼 튼튼한 염통, 한번 일어서면 신들도 무서워 혼비백산하여 거꾸러진다. 칼로 찔러 보아도 박히지 않고 창이나 표창, 화살 따위로도 어림없다. ……지상의 그 누가 그와 겨루랴. 생겨날 때부터 도무지 두려움을 모르는구나. 모든 권력자가 그 앞에서 쩔쩔매니, 모든 거만한 것들의 왕이 여기에 있다.”

 이 글로 보아 ‘리바이어던’이라는 가공 동물은 지상 최강의 존재를 상징한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부제를 ‘국가의 재료․형태․권력’이라고 붙인 것을 보면, 그는 ‘리바이어던’으로 국가 권력 또는 주권에 관한 논의를 전개하려고 한 것 같다.

 여기서 그가 논의하려 한 국가론이나 주권론의 문제에 있어서 국가와 주권 그리고 주권자는 동일한 것이었다. 그것은 다음과 같은 것을 의미한다. “사람들은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 전개되는 참혹한 자연상태를 극복하기 위하여 국가를 만든다. 국가는 모든 사람이 각자가 향유하는 자연권을 포기하며, 그것을 어떤 사람 또는 인간의 집단에 주어버림으로써 성립된다.” 이것은 국가가 생김으로써 주권자가 생기고, 주권자가 있음으로써 주권이 있고, 또 주권이 있음으로써 국가가 성립한다는 논리이다. 이것이 존 로크나 기타 정치 사상가들로부터 구별되는 홉스의 정치사상의 특색이라고 하겠다.

『리바이어던』을 쓰게 된 동기

 홉스는 갈릴레이를 방문한 후 큰 감명을 받았고, 갈릴레이가 자연과학에서 이룩한 업적을 인문과학에서 이루어 보려는 야심을 갖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곧 자연과학 연구의 원리와 방법을 인간행동과 관계의 연구에 적용함으로써 정치․도덕에 관한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서 기하학적인 정확성을 갖는 사회과학을 창시해 보고자 한 것이다. 이것이 『리바이어던』의 저술방법과 형태를 만들어내는 데 크게 기여하였다.

 그러나 그 사상적 내용을 규정하고 그런 내용의 저술을 내게 한 동기는 무엇일까? 이 저술이 씌여진 시대는 홉스가 파리에 망명해 있을 때로서 프랑스의 데카르트를 비롯하여 여러 철학자, 과학자 및 기타 지식인들의 냉대를 받고, 또 정치적으로는 왕당파들의 박해와 천대를 받고 있던 때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가 바랄 수 있었던 것은 영국에 평화와 질서가 회복되어 그가 안식처를 찾아 돌아가는 일이었을 것이다. 때마침 신생 네덜란드가 공화국으로 융성하는 것을 보고, 그는 크롬웰 치하의 영국의 평화와 질서에 큰 기대를 걸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이것은 홉스가 그의 가장 존경하는 친구 프랜시스 고돌핀에게 보낸 헌사에서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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