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날처럼 젊은이의 삶이 순조로웠던 시대는 없다. 물질적으로 매우 풍요롭고, 학교에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되었으며, 손만 까딱하면 손쉽게 오락을 접할 수 있고, 엄청난 자유를 누리고 있다. 이렇듯 물질적으로 많은 것을 얻으며 세속성과 자율성을 추구하는 경향이 점점 낮은 연령대로 확산되는 듯하다. 많은 연구 결과가 보여주듯이 지식과 기술은 속도에 발맞추지 못하고 있으며,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지적인 습관은 도리어 사라지고 있다.
21세기 젊은이가 누릴 수 있는 삶의 우선권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1980~1990년대의 경제ㆍ디지털 혁명은 기적처럼 손쉽고 빠르게 각종 정보와 상품, 오락과 친구를 접할 수 있게 해주었다. 이에 따라 젊은이의 정신도 자아에 발맞추어 성장해야 하고, 재미와 사회적 지위를 추구하는 만큼 지식에 대한 갈망도 커져야 마땅하지만 계몽은 일어나지 않았다. 젊은이에게는 부모 세대보다 훨씬 많은 교육 기회가 주어졌지만, 2007년 설문 조사에 의하면 18~29세 중 56%가 지식수준이 낮다는 결과가 나왔다. 50~64세는 22%뿐이었는데 말이다. 다시 말해 젊은 세대가 누리는 이익이 지적 결과로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늘날 젊은이의 지적 능력은 미디어나 전자 기기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인터넷에 능통하고 정신없이 바쁜 고교 졸업반 아이들에게 몇 가지 지적인 질문을 던지면 어떨 것 같은가. 이들은 대체로 체크카드, 휴대전화, 마이스페이스 페이지, 파트타임 일자리를 가지고 있지만, 정작 지적인 문제에 부딪히면 뭐든 잘 알 것 같은 당당함은 사라지고 말 것이다. 그렇기에 작가 필립 로스가 2000년 『휴먼 스테인』에서 처음으로 사용한 ‘가장 멍청한 세대’라는 표현은 매우 적절해 보인다. 물론 젊은이가 시간과 기회를 낭비하는 것은 시대를 막론하고 항상 있었던 일이다. 그러나 가장 멍청한 세대는 이런 습관을 야단스럽고 지속적인 것으로 한 단계 끌어올렸다. 인류 역사상 물질적 조건과 지적 성취 사이에 이토록 깊은 골을 만든 집단은 존재하지 않았다. 또한 이토록 많은 기술 향상을 겪고도, 이토록 보잘것없는 정신 발전을 이룬 이들도 없었다.
시청자들은 거리를 걷는 젊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즉석 상식 퀴즈를 내는 <투나잇쇼>의 ‘제이워킹’ 코너를 재미있어한다. 사회자 제이 레노는 “미국 국기에는 별이 몇 개 있을까요?”나 “예수님은 어디서 탄생했을까요?” 같은 질문을 하면서 사람들을 놀린다. 이 코너를 특히 우스꽝스럽게 만드는 연령대는 20대이다. “마지막으로 읽은 책이 뭔지 기억하나요?”라는 질문에 한 젊은이는 “만화책이요.”라고 대답한다. 또 다른 사례를 보자. “교황은 어디에 사나요?” “영국이요.” “영국 어디죠?” “음… 파리.” 이건 어떤가. “혹시 고전을 읽으시나요?”라는 질문에 참가자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 멍한 표정을 짓는다. “찰스 디킨슨의 작품이든 뭐든 읽어본 적 있어요?” 역시 멍한 표정이다. “크리스마스 캐럴 알아요?” “아, 영화로 보았어요.” 이렇듯 응답자들의 무지함은 실로 믿기 어려울 정도다.
여기서 우리는 불편한 진실을 포착한다. 우리가 일상적인 대화에서 벗어나면 이런 간단한 질문에도 대답 못한다는 충격적인 사실이다. 1776년(미국이 영국에서 독립한 해)이 어떤 해인지, 영국 수상이 누구인지, 묵비권이 무엇인지 모르고 살아가기란 쉽지 않다. 이 모든 사실을 모르고 살아가려면 학교에서 배운 모든 것을 잊어야 한다. 시사, 선거, 외교 정책에 대해서도 신경을 꺼야 한다. 신문, 잡지, CNN을 아예 보지 말아야 한다. 책도 읽지 말아야 하며, 정치적 활동이나 공동체 활동 등의 사회활동도 해서는 안 된다. 이런 식으로 살아가는 젊은이가 현실에 아무 관심이 없으리라는 점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다. 아니면 친구, 직장, 옷, 페이스북 같은 눈앞의 현실에 매몰되어 그 너머의 환경은 차단하고 있다는 것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덧글
그만큼의 자유와 게을러질수 있는 권리가 생겼다고 해야할까요?
많은 선진국들이 어떤지 저는 잘 알지 못하지만
우리만큼 대학을 많이가고 공부를 많이 하는건지 잘 모르겠어요.
이런 생각 또한 한국식 사고방식은 아닌가 해요
발전하고 풍요로워 진만큼 지식도 더 쌓아야 한다는 압박....
세계에 나가면 수많은 젊은이들이 여행을 하고 청춘을 즐기잖아요
우리 청년들도 청소년들도 공부말고 특기도 하나씩 가지고 3시까지 공부하고
그냥 놀았으면 좋겠어요
물론 저는 한국식 교육과 정신무장으로
누구보다 치열하게 공부했고 선망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그다지 행복한지 모르겠고, 이렇게 살아야 되는지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저는 인문학은 잘 모르지만 의학이 전공이고
물리학을 좋아하는데, 상식전반이나 정치 문화에 깡통이에요. 관심도 없고....
저는 지식인인지 혹은 지위에 맞게 더 공부해야하는지....
그런거에 관심없는데 그냥 이렇게 살면 안되는지....
아는게 당연해 보이는 지식이 사실 별로 쓸모는 없는 경우가 많다고 봅니다.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지식에 신경을 쓰지 않는 것 뿐이지 자기 분야의 전문성에 있어서는 그 어떤 세대보다 더 치열함을 가진 세대라고 봅니다.